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
고승재··조회 3
[내인생의멘토] LG생활건강 차석용 사장
[중앙일보 2006-06-18 18:58]
[중앙일보 이나리] 차석용(53.사진) LG생활건강 사장의 첫 직장은 미국 P&G 본사였다. 그는 고려대 법대 1학년이던 1974년 군에 입대했고, 제대한 뒤 미국 뉴욕주립대 회계학과로 유학을 떠나 미국 공인회계사 자격을 취득했다. 이후 코넬대 경영대학원을 졸업하고 인디애나대 로스쿨을 수학한 뒤 P&G에 입사한 것이 85년. 서른 두 살 늦은 나이였다.
\"나이 많고 영어 실력도 부족한 저로선 열심히 하는 것 외에 방법이 없었어요. 회사 문 여는 오전 5시30분에 출근하고 문 닫는 오후 10시에 퇴근했죠. 주말에도 쉬지 않았고요.\"
입사 2년 만에 회사 핵심부서 중 하나인 기획총괄부로 발령받았다. 그곳에서 론 만델바움 부장을 만났다. 차 사장은 \"론이야말로 내게 진정한 리더십이 무엇인지 가르쳐준 사람\"이라고 했다.
\"론은 농담을 잘했어요. 우리 부서가 윗분들에게서 질책을 받으면 빈 미니어처 양주병을 들고 꿀꺽꿀꺽 마시는 시늉을 하며 경직된 분위기를 풀어줬죠. 공(功)은 부하에게 돌리고 잘못은 모두 뒤집어 썼어요. 부서원 대신 심한 꾸지람을 들어도 장난기 넘치는 미소를 잃지 않았지요.\"
그런 론이었지만 일에서는 가혹하리만큼 냉정했다. 차 사장은 특히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 인해 독한 담금질을 당해야 했다. \"기안을 올리면 깐깐하게 문제를 지적하며 다시 써오라고 해요. 같은 과정을 여덟, 아홉 번 반복하고 나서야 겨우 \'됐다\'는 말을 들을 수 있었죠. 덕분에 이후 P&G에서 근무한 14년 동안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문서로 원활히 소통할 수 있는 기초를 확실히 닦을 수 있었지요.\"
론은 또한 직원들에게 \'완벽한 투명함\'을 요구했다. \"투명함이란 마치 둥근 케이크처럼 어떤 각도에서 보건 어두운 면이 하나도 없는 상태를 뜻한다고 했어요. 뼛속까지 드러내는 정직성이야말로 업무의 기본이라고 강조했죠.\"
론은 92년 부장으로 정년 퇴임했다. 차 사장은 칠십 노인이 된 론과 지금도 꾸준히 교류하고 있다. \"꾸밈 없이 정직하고 부하직원들에게 아낌없는 열정을 쏟던 론의 리더십은 애초 승진과는 거리가 먼 것이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전 론이야말로 성공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요. 저를 비롯한 많은 옛 동료들이 지금도 그를 기억하며 여전히 닮아가려 애쓰고 있으니 말이에요.\"
이나리 기자 wind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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