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정의 사장의 또다른 야망
고승재··조회 2
[GLOBAL 일본] 손정의 사장의 또다른 야망
[한경비즈니스 2004-09-05 23:51]
휴대전화사업 참가, 통신시장 최강 넘봐
‘일본 IT업계의 이단아’ 손 마사요시(孫正義) 소프트뱅크 사장이 일본 통신업계를 뒤흔들어 놓을 일대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휴대전화사업 진출이 바로 그것으로 NTT도코모, KDDI, 보다폰 등 기존 선발업체들을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재일교포 3세인 손사장이 이끄는 소프트뱅크는 3년 전 야후BB로 초고속인터넷사업에 뛰어든 후 파상적 물량공세를 앞세워 3년 만에 시장점유율을 35%까지 끌어올리며 1위 NTT그룹을 맹추격하고 있다. 소프트뱅크의 시장참여를 계기로 일본 내에서 가격인하 및 고객유치경쟁이 확산되면서 현재 일본의 초고속인터넷 보급률은 세계 최고수준으로 급상승했고 일본 전역이 인터넷 혁명의 열기에 휩싸이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손사장은 지난 6월24일 열린 주주총회 석상에서 “휴대전화사업은 아무리 시간이 걸리더라도, 어떤 방법으로라도 반드시 실현시키겠다”며 주주들에게 공약했다. 전문가들은 지난 7월에 이뤄진 소프트뱅크의 일본텔레콤 인수작업이 이 같은 야심을 구체화하기 위한 사전포석의 하나라고 보고 있다. 일본텔레콤은 일본 3위의 유선전화통신업체로 오는 11월에 주권이 소프트뱅크로 넘어간다. 인수금액은 부채를 포함, 약 3,000억엔에 달한다. 소프트뱅크는 유선전화사업을 인수해 국제전화, 장거리전화 등 종합통신업체로 발돋움하겠다는 계획이다.
초고속인터넷과 유선전화사업에 이어 앞으로 휴대전화사업에까지 진출할 경우 일본 통신시장의 공룡인 NTT그룹에도 대항할 수 있는 파워를 갖출 수 있다는 것이 손사장의 복안이다.
손사장은 일본텔레콤 인수 배경에 대해 “이미 소프트뱅크는 야후BB로 400만명 이상의 인터넷서비스 가입자를 확보하고 있으며 일본텔레콤 가입자 600만명을 합칠 경우 가입자수 1,000만명이 넘는다”며 “고객확보에 신경을 쓸 필요가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 인프라(사회간접자본) 설비투자에는 규모의 경제가 필요하지만 이번 일본텔레콤 인수로 이 같은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게 됐다며 향후 사업전망을 낙관하고 있다.
이와 함께 휴대전화사업 진출과 관련, “앞으로 콘텐츠 등 서비스를 아무 장애 없이 제공하지 않으면 통신회사라고 부를 수 없다”면서 “소프트뱅크는 유선과 무선을 두루 갖춘 종합통신회사가 될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소프트뱅크그룹은 IT 관련 기업을 잇달아 사들여 현재 자회사와 관련회사를 합할 경우 무려 800여개 업체를 거느린 거대기업집단으로 몸집을 불렸다. 인터넷 포털사이트를 운영 중인 야후나 비비케이블 등 인터넷 관련기업을 비롯해 기업체들의 재고 물건을 중개해 주는 알리바바닷컴과 같은 법인대상 서비스, 이트레이드증권 등 금융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콘텐츠를 구축해 놓고 있다.
손사장은 “현재 거느리고 있는 소프트 유통회사나 투자회사는 모두 초고속인터넷사업을 전개하기 위한 준비과정”이라며 “800여개에 달하는 관련기업을 2,000개로 늘리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즉 관련회사들이 보유한 콘텐츠를 다양한 통신인프라를 통해 흘려보내겠다는 구상이다. 일단 인프라를 구축해 놓으면 적은 투자비용으로 잇달아 새로운 서비스를 시작할 수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높은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이 될 것이라는 게 손사장이 그리는 구도다.
현재 소프트뱅크가 노리고 있는 것은 일본 총무성이 빠르면 2006년에 개방할 것으로 예상되는 제3세대 휴대전화(3G)의 새로운 방식인 ‘TD-CDMA’ 주파수대역을 확보하는 일이다. TD-CDMA는 일본 내에서 사용되고 있는 CDMA-2000이나 W-CDMA 등과 마찬가지로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이 정한 3G 규격 중의 하나이다. 송수신 속도의 비율을 자유롭게 조절할 수 있으며, 데이터통신서비스를 효율적으로 제공할 수 있다는 점에서 다른 두 가지 방식과 차별화를 꾀할 수 있으며,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기술이기도 하다.
소프트뱅크는 이미 지난해 10월부터 TD-CDMA와 CDMA2000 실험국에 대한 신청을 총무성에 제출했다. 지난 7월에는 이 두 가지 방식에 대한 시험면허를 취득, 이미 도쿄 본사 부근에서 시험전송을 시작했다. 8월 하순에는 도쿄 인근 사이타마 시내의 12개소에 기지국을 설치해 100대 이상의 통신단말기를 이용, 실제 사용조건에 가까운 환경하에서 시험을 실시할 계획이다.
이에 앞서 그룹 내에는 야후BB를 운영하는 소프트뱅크BB에 ‘이동체통신기획본부’를 발족, 다른 휴대전화업체로부터 스카우트해 온 인재를 중심으로 약 100명 규모의 개발진을 투입했다.
휴대전화사업을 하기 위해 필수불가결한 기지국 확보 작업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파를 중계하는 기지국 확보를 위해 올 봄부터 1,000명의 인원을 투입해 전국 각지에 장소소유권자와 교섭에 들어가 이미 1만3,000개소에 안테나를 설치하기 위한 계약서를 받아놓은 상태다. 이는 NTT도코모의 3G서비스인 ‘FOMA’ 기지국 1만2,800개를 웃도는 규모다. 소프트뱅크측은 실제로 사업을 실시할 때는 이를 2만개소로 늘리겠다고 기염을 토하고 있다.
일본에서 기지국을 확보하려면 시간과 절차가 복잡한데다 지역주민의 이해를 일일이 구하지 않으면 안되는데, 이를 불과 수개월 만에 해치우려는 소프트뱅크의 ‘괴력’에 다른 일본업체들은 놀라움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소프트뱅크의 행보가 순탄할 것으로 예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특히 관료사회와의 관계가 껄끄러운 것으로 소문난 손사장을 가로막고 있는 가장 큰 장벽은 바로 관공서의 ‘규제’라고 관계자들은 입을 모은다.
총무성이 신규 3G서비스용으로 확보하고 있는 주파수대역은 2010~2025Mhz로 15Mhz분에 해당한다. 소프트뱅크는 이 대역을 모두 사용해 최대 약 2,000만명의 이용자를 끌어들이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지만, 이를 여러 사업자가 분할해서 사용할 경우 그만큼 수용할 수 있는 이용자수가 줄어들고, 수익률도 떨어지기 마련이다. 현재 신규 3G서비스 참여를 계획하고 있는 곳은 소프트뱅크 이외에도 MM총연(옛 멀티미디어 종합연구소)의 자회사인 아이피 모바일과 NTT커뮤니케이션스가 손을 잡고 참여를 추진 중이며, ADSL 사업자인 e엑세스도 신규참여 의사를 표명한 상태다.
손사장의 목표대로 ‘NTT도코모에 대항할 수 있는 경쟁력 있는 업체’를 만들기 위해서는 이번에 추가로 개방, 할당되는 주파수를 모두 확보하지 않으면 안된다. 손사장은 “그것이 불가능할 경우 제4세대(4G) 시행까지 참여를 유보할 수도 있다”는 입장을 비추기도 했다.
NTT도코모를 비롯한 일본의 통신업체들이 대부분 일본의 관공서에 대체적으로 고분고분한 태도를 취하고 있는 데 비해 손사장은 드러내놓고 정부부서를 공격하는 스타일이어서 주무부서인 총무성과의 관계도 껄끄럽다. 야후BB서비스를 시작할 당시에도 총무성과의 교섭에서 지친 손사장이 관료에게 ‘가솔린을 뒤집어쓰고 불을 붙이게 라이터 좀 빌려달라’고 항변한 일은 대표적 일화로 회자된다. 통신행정을 주도적으로 추진하려고 하는 총무성으로서는 이 같은 이단아를 곱게 볼 리가 만무하다.
손사장은 휴대전화사업 진출과 관련, “현재 일본의 통신요금은 유선, 휴대전화 모두 세계에서 가장 높은데 이는 업계간 경쟁이 없기 때문”이라고 강조한다. 손사장은 최근 일본의 한 경제전문잡지와의 인터뷰에서도 “국민이 통신정책에 대해 직접 투표할 수 있다고 한다면 99%의 사람이 저가격에 서비스 선택의 폭이 넓은 쪽을 선택하기 마련”이라며 규제완화의 고삐를 놓지 않고 있는 정부부처를 질타했다.
또 기존 시장을 꽉 움켜쥐고 있는 NTT그룹의 저항도 만만치 않다. 최근 NTT는 광통신망을 다른 업체에 개방해야 하는 의무조항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하고 있다. 이에 대해 손사장은 “NTT는 독점적 지위를 누리면서 정부로부터 자금지원까지 받아가며 광통신망을 정비했는데 이런 회사가 경쟁업체에 인프라를 빌려주지 않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반박하고 나섰다.
한편 1981년 창업한 소프트뱅크는 유통 및 출판에서 시작, 98년 도쿄증시에 상장한 이후 컴퓨터 관련 미국기업을 중심으로 매수 및 투자를 확대해 거액의 자금을 거머쥐었으며, 일본 내에서는 금융회사 및 벤처캐피털로서의 면모를 강화해 나갔다. 나스닥재팬 창설, 증권회사 및 아오조라은행(옛 일본채권신용은행)을 공격적으로 매수해 나갔다. 특히 96년에 설립한 야후는 주식 시가총액이 3조3,000억엔으로 노무라홀딩스, 도쿄전력, 소니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할 정도의 자이언트 기업으로 부상했다.
도쿄=장인영 객원기자 iychang58@hotmail.com